미국에서 다중 언어 교육을 시키는 가정이 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인종와 언어가 결합된 가정에서 영어 외에 부모의 모국어나 심지어 가정부의 모국어까지 자연스럽게 습득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마이애미주에 사는 한 살짜리 유아 앨리스 디 조반니는 집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앨리스는 바나나가 먹고 싶을 때면 영어 단어인 바나나를 말하지 않고 프랑스 단어인 ‘바난’이라고 말한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은 이탈리아 단어인 ‘차오’를 쓴다. 더 달라고 할 때에는 스페인어인 ‘마스’라고 말한다.
앨리스의 어머니 안나 마니코프스카는 폴란드-캐나다계로 앨리스에게 프랑스어로 말하며 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가정부는 스페인어를 쓴다.
마니코프스카는 앨리스가 “이 모든 외국어를 섞어 쓴다고 할 수 있지만 3개 국어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니코프스카는 앨리스가 영어를 쓰는 나라에 살고 있고 동네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과정에도 나가기 때문에 영어도 상당히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인터넷 전화로 앨리스와 이야기할 때 폴란드 말을 쓴다.
실제로 1980년 미국 총인구조사에서는 미국 가정의 11%만이 집에서 영어 외의 언어를 쓴다고 답했으나 2007년에는 20%로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이처럼 다중 언어 교육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다언어 구사능력이 세계화 시대에 취업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치매 발병을 늦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때 이민자 부모들은 미국에 빨리 동화하기 위해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쓰라고 아이들에게 강요했지만 요즈음 부모들은 다국어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아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권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중 언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마니코프스카는 이에 대해 단 한 가지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말하는 사람이 언제나 자신의 모국어로 아이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신 연구 결과는 마니코프스카의 이런 원칙이 옳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 심지어 유아들까지도 어른들이 편안한 언어로 이야기하는지를 알아챌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원어민이 아닌 사람에게서 잘못 배운 말을 다시 배워 교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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