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설비투자등에 악영향
경제 회복세‘ 찬물’우려
美 시장개입 사실상 용인
대규모 엔 매도 준비착수
日銀 추가 금융완화 검토
일부선‘ 신중론’ 주장도
엔화가치가 달러당 76엔대까지 치솟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값이 1일 뉴욕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76.29엔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인 대지진 직후 76.25엔(3월 17일)을 위협하자 일본 금융당국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추가 금융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일본의 시장개입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충격에서 회복세에 있는 일본이 엔고로 인해 다시 동력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 부채협상 타결 불구 엔고=미국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 극적 타결을 이뤘지만 엔고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채무협상 타결을 발표한 직후 한때 달러 강세가 진행됐지만 같은 날 발표된 미 제조업지수가 예상밖으로 부진하면서 달러는 약세로 돌아서 엔화 강세가 계속됐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한때 76.29엔까지 치솟아 과거 최고치에 근접했다. 엔화는 유로에 대해서도 상승해 유로당 108엔대 후반까지 진입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기록한 최고가인 106엔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국의 시장개입 용인 아래 대규모 엔 매도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외환당국이 자국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면 시장에 자국통화 공급이 많아져 해당국 통화값은 내려가고, 대신 달러값이 비싸지면서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대규모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게 되면 1년 새 세 번째 시장개입이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환시장에 개입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1249억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였다. 이어 대지진 직후인 올 3월에도 미국과 유럽의 공조 속에 시장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日 시장개입 미국이 용인? =미국은 자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상태를 보이면서 엔고가 진행된 것을 감안해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미국 채무협상을 둘러싸고 일본ㆍ미국ㆍ유럽의 통화당국자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지속적으로 긴급 전화 협의를 가졌다”며 “당시 일본 재무성은 미국 측에 환율 급등락으로 기업 타격이 매우 심각하게 염려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환율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을 용인한 것으로, 급격한 엔고가 대지진 이후 간신히 회복단계에 접어든 일본 경제에 다시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은 과도한 엔고가 지속되면 3월 대지진 직후처럼 미국ㆍ유럽ㆍ일본의 협조 개입도 불사할 자세를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日銀 추가 완화책 검토도=일본은행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전제로 오는 4~5일 열리는 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엔고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정책결정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완화책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신문은 “급속한 엔 강세가 기업심리 악화를 초래해 고용이나 설비투자 등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일본은행은 정부개입에 맞춰 풍부한 자금을 추가로 공급해 엔고를 억제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국채나 사채 등을 매입하는 기금의 규모를 현재 40조엔에서 5조~10조엔 확대하는 방침이 유력하다. 일본은행은 국채나 국고 단기증권 매입을 늘리는 것 외에도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사채 등 리스크성 자산 매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긴급 대응은 엔고 저지를 위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 특징이지만,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일본은행 일각에서 기업심리 악화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엔 시세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