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이고 무자비한 사회로 명성을 떨치며 놀라운 속도로 경제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에서 ‘공정(fairness)’이 유행으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한국에서 공정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떠올랐으나 현실적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최근 학생들이 공정사회를 외치고 장관들은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며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에게 실행이 늦다며 다그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잇단 부정부패와 비리, 중산층의 몰락 등은 공정사회를 강조해 왔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간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최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사태를 예로 들어 공정사회 추구는 대기업이 중소업체의 압력에 무릎을 꿇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나 점차 공정이라는 가치가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임을 깨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식품가격과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동안 서민의 소득은 줄어들고, 서울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지방은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삼성과 현대 등 재벌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들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있다는 것.
이에 청와대 참모들은 ‘협력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면서 엘리트 계층이 양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현 정부가 고질적인 부패에 시달리면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특혜와 뇌물이 법치시스템과 금융감독, 정상적 기업거래를 훼손하고 있고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반값등록금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국민이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비리는 공정사회 슬로건을 무너뜨렸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국에서 2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스스로 대학을 졸업하고 넝마주이를 했던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기업을 선호하고 부정 기업인을 사면한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학동문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960년대엔 학생들이 열심히 일하면 좋은 직장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