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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Feature>Londoner에게 겨울방학이란
중세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거리를 걸으며 한 손엔 오래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다른 한 손은 아침의 고단함으로 터져 나온 하품을 막는 영국유학생. 2년이라는 유학생활동안 악명 높은 물가의 런던 도시에서 터득한 겨울방학 나기의 달인 비법을 공개한다. 

겨울방학의 시작과 함께 촉촉한 눈이 내린다. 2년 전 유학준비를 하며 1.5평 독서실을 달콤하게 채운 나의 상상 속 유학생활은 이러했다. 내게 런던 유학이란 해리포터와 일촌 맺고, 휴 그랜트를 이웃집 아저씨로 두며, 종종 엘리자베스 여왕을 알현하는 그런 품격 있는 삶.

하지만, 2년이라는 긴 유학생활이 지났고 지금 내 모습은 약 2배 가격에 수입된 고추장에 쌀밥이라도 한 공기 비벼 먹는 날은 영국 특유의 버터 발음쯤이야 고추장으로 녹이겠단 힘과 의지가 절로 생기니, 내게 런던 유학이란 그야말로 현실. 그러던 내게 오고야 만 겨울방학! 성탄절과 새해를 맞아 장장 한 달 가량 주어지는 겨울방학 나기는 유학생활의 활력소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유학생의 영국생활 내공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Ⅰ. Londoner의 패션 따라잡기

영국 Camden Town
어느 런더너(Londoner) 부럽지 않은 런던 패션계의 샛별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처음 런던 쇼핑몰에 가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은 대략 난감하다. 눈앞에 한국에서도 흔히 보아왔던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에이치 앤 엠(H&M)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못 본 디자인인 것 같아 집어 든 상표에서도 버젓이 한글로 ‘손빨래 금지’와 같은 정겨운 문구를 발견하게 된다. 런더너의 스타일을 입고 싶은데 유니클로를? 자라를? 그건 마치 홍대 앞에서 한복 찾는 격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화된 브랜드 의류가 즐비한 런던의 반대편에는 런던만의, 런던의, 그러나 런던을 입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빈티지 마켓이 반갑게 오픈되어 있다. 캠든 타운(Camden Town)과 브릭 레인(Brick Lane)이 그 대표적인 장소. 영국인이 입으면 ‘빈티지’, 내가 입으면 그냥 ‘빈티’라지만 브랜드 의류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70년대 디자인부터, 재능 있는 디자이너 및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소품과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만나 볼 수 있다. 게다가 왠지 동대문에서 뵌 것 같은 아저씨나 아줌마를 만나 말만 잘하면 흥정마저 가능하니 도톰한 카디건이라도 하나 건진 날에는 몸은 따듯하고 지갑은 두둑한데다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이것이 유학경력 2년 차의 런더너 패션 따라잡기이다. 

Ⅱ. Londoner의 식탁에는 

가벼운 발걸음을 런던의 마켓으로 옮겨보자. 그 아무리 서양 식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국인의 DNA를 소유했다면 어느 날 새벽 2시 된장 한 국자 진하게 풀어 넣고 청양고추 고명 얹은 찌개 한 입이 그립지 않을까? 지구가 아무리 하나의 촌락이 되어 지구촌이라 하지만, 지구 반대편 타지에서 매일 한국 음식을 먹는 건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한국가격의 두 배가 넘는 한국 음식을 사 먹기엔 유학생의 주머니가 너무 가볍고, 그렇다고 매일 외식을 즐기기엔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는 외식비가 만만치만은 않다.

이제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굶느냐 주부로 빙의하느냐. 급속도로 후자에 길에 들어선 나는 방학이라는 환경 속에서 반찬 만들기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만 먹던 귀한 집 아이들이 유학생활 중 음식의 달인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테스코(Tesco)나 세인즈버리(Sainsbury's) 그리고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와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채소나 과일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멀지 않은 곳에 꼭 하나씩은 있는 동네시장에 가면 마트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으니, 시장 가는 길이 곧 달인으로 가는 길이다. 게다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바나나 하나, 사과한 개 더 올려 주는 상인들의 인심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해 놓고 김장 파묻듯 냉장고에 묻어 놓으면 방학 동안 끼니 걱정은 해결 완료. 

Ⅲ. 진정한 Londoner의 완성은 문화생활 
Tate Modern
그러나 아무리 유학생이라 한들 어떻게 옷만 입고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건조한 피부에 수분 크림이 필요하듯, 겨울방학 동안 입고 먹기에 집중해 건조해진 생활에도 촉촉함이 필요하다. 진정한 Londoner의 완성은 문화생활.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이 무료입장이라는 건,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을 미워만 할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유학생활의 가장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그 나라의 문화생활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특히 겨울 방학 동안은 한국과 같이 수업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학기 중에 가보지 못했던, 그러나 꼭 가봐야 할 장소를 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국을 대표하는 대영 박물관(The British Museum)부터 마술 박물관(The Magic Circle)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영국이 가진 수십, 수백여 가지 표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지면에서 소개된 곳뿐만 아니라 주요 갤러리 및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제외한 일반전시 입장은 모두 무료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곳으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을 소개한다. 우리가 평소에 박물관에 가지고 있던 인상이 ‘과거에 대한 기록’이라면 테이트 모던은 ‘내일에 대한 기발한 상상’이다. 현대 미술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술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고, 놀 수 있는 곳으로 바꿔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에 전시되었던 벨기에 예술가 카르슈텐 휠러(Carsten Höller)의 거대 미끄럼틀 ‘테스트 사이트 (Test Site)’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방문객을 작품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가만히 응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끊임 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 테이트 모던이 올해로 10년 동안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검소함은 한 점 티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덕목이 무결점일 때는 적재적소의 상황에서 빛을 발할 때이다. 방학을 이용한 유럽여행이나, 한국에서는 볼 기회가 없는 공연, 전시회와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해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생활에서의 절약은 삶에서 그 가치를 발휘한다. 무조건 아끼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곳에는 돈을 쓸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며, 그러기 위한 방법도 배워가야 한다.

지금도 주변에서 내년 봄 여행을 유럽으로 계획 중인 유학생이 유럽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품고 정식 대신 샌드위치로 간단히 배를 채우러 간다. 겨울부터 마음에 봄을 품은 그 학생에게 누가 가난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올해도 영국의 달인들은 그렇게 겨울 방학을 나고 있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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